다음은 나희덕 시인의 '뿌리에게'에 대한 설명이다. ㉠~㉣ 중 적절하지 않은 것은?
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
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.
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
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
아, 나의 사랑을
먼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여
나를 뚫고 오르렴, 눈부셔 잘 부스러지는 살이니
내 밝은 피에 즐겁게 발 적시며 뻗어가려무나
척추를 휘어 접고 더 넓게 뻗으면
그때마다 나는 착한 그릇이 되어 너를 감싸고,
불꽃 같은 바람이 가슴을 두드려 세워도
네 뻗어가는 끝을 하냥 축복하는 나는
어리석고도 은밀한 기쁨을 가졌어라.
네가 타고 내려올수록 단단해지는 나의 살을 보아라.
이제 거무스레 늙었으니 슬픔만 한 두릅 꿰어 있는 껍데기의
마지막 잔을 마셔다오.
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
내 가슴에 끓어오르던 벌레들,
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빈 그릇,
너의 푸른 줄기 솟아 햇살에 반짝이면
나는 어느 산비탈 연한 흙으로 일구어지고 있을 테니
㉠ 이 시는 '흙'을 화자로, '뿌리'를 청자로 설정하여 대화하는 형식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.
㉡ '밝은 피'는 흙의 희생적인 사랑과 생명력을 상징하며, '단단해지는 나의 살'은 뿌리의 성장에 따른 흙의 황폐함을 나타낸다.
㉢ '어리석고도 은밀한 기쁨'은 흙이 뿌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희생에 대한 후회와 체념의 감정을 드러낸다.
㉣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'빈 그릇'이 된 흙이 다시 '연한 흙'으로 일구어지는 순환적 구조를 통해 생명의 영원성을 강조한다.
① ㉠
② ㉡
③ ㉢
④ ㉣